나날 · 2026년 7월 25일 · 조회 58

홈랩, 집에 두는 작은 서버실

언젠가부터 집 한켠에 작은 서버가 놓였습니다. 시놀로지 NAS 한 대입니다. 처음에는 사진과 파일을 백업하려고 들였는데, 지금은 그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합니다.

지금 이 블로그도 그 NAS에서 돌아갑니다. 이 글을 띄운 화면은 남의 클라우드가 아니라, 제 방에서 조용히 돌아가는 기계가 보내주는 것입니다. 별것 아닌데도 그 사실이 묘하게 든든합니다.

사실 지금 NAS는 두 번째입니다. 이전에는 DS716+를 몇 년간 잘 썼는데, 어느 날 갑자기 죽어버렸습니다. 그 바람에 mossol이라는 이름으로 돌리던 것들도 한동안 멈춰 있었습니다. 한참을 비워 두다가, 새 NAS를 들이면서 하나씩 다시 되살렸습니다. 이 블로그도 그 재개의 한 조각입니다.

어떤 기계인가

택배로 도착한 날의 모습입니다. 4베이짜리 평범한 상자 하나가, 지금은 온갖 서비스를 돌리는 작은 서버가 되었습니다.

택배로 도착한 시놀로지 DS925+

지금 쓰는 모델은 시놀로지 DS925+ 입니다. 사양은 이렇습니다.

  • CPU: AMD 라이젠 V1500B (4코어, 2.2GHz)
  • 메모리: 32GB (16GB 두 개)
  • 운영체제: DSM 7.3

메모리는 기본 상태에서 32GB로 직접 늘렸습니다. 재미있는 건, 시놀로지는 자사 ECC 메모리만 공식으로 인정하는데 제가 장착한 건 ECC가 아닌 평범한 메모리라는 점입니다. 규격이 안 맞아 아예 안 켜지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먼저 같은 걸 시도한 분들이 남긴 Reddit 글을 찾아보고 용기를 냈습니다. 결과는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갑니다. 공식 지원 목록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이번에 다시 배웠습니다.

거창한 워크스테이션은 아닙니다. 하지만 개인이 이것저것 올려 돌리기엔 넉넉합니다. 24시간 켜두는 물건이라 성능보다 전력과 소음이 더 중요한데, 그 균형이 딱 좋습니다.

Docker로 하나씩 말아 올린다

NAS 위의 서비스는 전부 Docker Container로 말아서 돌립니다. 서비스마다 필요한 것들을 하나의 상자에 담아 두는 방식이라, 서로 간섭하지 않고 깔끔하게 공존합니다. 새 서비스를 올리거나 지우는 일도, 상자를 하나 얹고 내리는 것처럼 간단합니다. 덕분에 이 작은 기계 안에 여러 서비스가 뒤엉키지 않고 나란히 살아 있습니다.

전체 구성을 그림으로 그리면 이렇습니다. 밖에서 주소로 들어오면 문지기(Reverse Proxy)가 받아서 알맞은 Container로 안내합니다.

홈랩 전체 구성도

무엇이 올라가 있나

그렇게 하나씩 올린 서비스가 여럿 있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건 개인 AI 비서입니다. OpenClaw라는 오픈소스를 셀프호스트해서, 텔레그램과 라인으로 말을 걸면 대답합니다. 웹을 대신 뒤져보게 시킬 수도 있습니다. 남의 서비스에 맡기지 않고 제 서버에서 돌리니, 무엇을 시키든 마음이 편합니다.

돈 관리도 여기서 합니다. 흩어져 있던 자산을 한 화면에 모아 보는 대시보드를 직접 만들어 올렸습니다. 주식 비중, 예적금 비중, 환율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자산 대시보드

독서 모임을 위한 사이트도 두 개 돌립니다. 하나는 제가 운영하는 8분독서 모임 사이트,

8분독서 사이트

다른 하나는 트레바리 「인연」 클럽의 허브 페이지입니다.

트레바리 인연 허브

이 밖에도 사진 정리 도구나 인스타 기록 도구 같은 소소한 것들이 함께 돌아갑니다. 처음부터 계획하고 만든 건 아닙니다. “이건 있으면 좋겠는데” 싶은 게 생길 때마다 하나씩 붙이다 보니, 어느새 방 한켠이 작은 서버실이 되어 있었습니다.

왜 굳이 집에서

편한 서비스는 세상에 많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집에 두는 이유는, 전부 제 손으로 만질 수 있다는 감각 때문입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마음대로 뜯어보고 고칠 수 있습니다. 잘 돌아가던 게 갑자기 멈추면 밤늦게까지 붙잡고 씨름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게 많습니다.

물론 낭만만 있는 건 아닙니다. 전기세가 붙고, 가끔 팬 소리가 신경 쓰이고, 무언가 잘못되면 아무도 대신 고쳐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 작은 불편이 나쁘지 않습니다. 제가 쓰는 도구를 제가 이해하고 있다는 안정감이, 그 불편을 충분히 덮습니다.

앞으로

거창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저 필요한 걸 하나씩 만들어 올리고, 가끔 뜯어고치며 지낼 생각입니다. 이 블로그도 그렇게 만든 것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 여기에 무엇을 더 올리게 될지, 저도 아직 잘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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