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2023년 4월 19일 · 조회 3

하얀 성(세계문학전집 271)

오르한 파묵

책 전반부를 읽었을 때까지는 단순한 노예 포로로서 탈출기를 그린 소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싸움에 져서 포로가 된 주인공. 그리고 살기 위한 발버둥을 치는 모습이 탈출기의 전주가 아닐까란 생각으로 흥미롭게 읽었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는 달리 호자를 만난 중반부부터는 이 책은 단순한 탈출기가 아니고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을 하고 있는 책이었다.

외적인 모습이 너무 닮은 나와 호자. 그리고 학문을 탐구하기 위한 부분까지 닮은 두 사람.

서로의 과거를 밑바닥부터 털어놓으며 나는 호자가 되고 호자는 나가 되는 장면을 보며

과연 나란 존재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가 호자가 되기를 원하는 모습은 잘 이해가 안되긴 했다.)

후반부에서 파디샤와 나와의 대화 중

‘어느 곳에서나 서로 같다는 것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거는 그들이 서로의 행세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아니냐고’. 이제 모든 게 드러나 버리고 말았다.

란 부분이 있었다.

서로의 행세를 할 수 있다고 나와 타인을 같다고 정의내릴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 '나’란 존재는 ’나’를 대체 가능한 외모와 기억 그리고 행동 양식이 같은 존재가 있다면 같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나와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는 타인이 존재하고, 나의 과거를 하나하나 알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내가 이 세상에 없어져버린다고한들,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 수 있을까?

영화 트렌센던스와 같이 특이점이 와서 나란 존재를 컴퓨터에 업로드시킬 수 있다면, 업로드 된 지적 존재는 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반년을 주기로 인체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물갈이가 된다고 하는데, 반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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