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여자 입장에서의 연애 심리
이번 책은 지난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여자 버전이라는 이야기를 책을 읽기전에 들은 적이 있다.
연애에 있어서, 남자인 나는 여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가 궁금했고,
읽어보지는 못하였지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와 같이 지난 번 책과 비교 하며 읽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책을 넘기면서, 사실 연애 감정이란 것이, 원초적으로는 남녀 차이가 없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엘리스의 심리 묘사에서 공감가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았다.
가령 에릭을 만나기 전까지의 엘리스의 답답한 심정 등은 날씨 좋은 봄날에 혼자 만의 삶을 살고 있는 내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랄까.
결국 연애라는 것은 내가 여자를 잘 알아야 하기 보다는, 사람을 잘 알아야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엘리스의 불안한 연애 **
책을 넘기면서 엘리스와 에릭의 연애는 불안 불안한 외줄타기 같았다.
에릭의 행동이 정말 엘리스를 사랑하는 것일까, 단기간에 끝날 연애는 아닐까란 불안감이 엄습했었다.
책을 넘기면서 둘이 1년 넘게 연애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과연 엘리스는 1년 동안 행복한 나날이었을까.
무심하고 한편 논리적인 기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에릭에게 엘리스는 왜 사랑에 빠졌던 걸까.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받고 싶어하는 엘리스에게 에릭은 어떻게 사랑하고 있었을까.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의 지나간 연애에서 나는 에릭과 엘리스 둘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연애 초기를 비추어 보았을 때, 사소한 일로부터 하나하나 에릭의 심리와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엘리스의 심리도 이해가 되고,
어느 정도 안정적인 연애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이 되면, 루소와 같은 자연주의에 입각해 좋은게 좋은 것이라고,
함께 있을 때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아하는 에릭의 심리도 이해가 되기는 하였다.
하지만 에릭은 도가 넘칠 정도로 엘리스에게 감정 소모의 블랙홀과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마음을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려는 소중한 애인에게 계속해서 대화를 회피하는 것도 아니고 가스라이팅과 같이
원천차단한 것은, 과연 에릭이 엘리스와 정서적 교감이 되는가란 의문이었다.
어쨌거나 책 처음부터 끝까지, 둘은 전혀 맞지 않은 커플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엘리스도 그러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며, 발전하는 연애퍼즐에 에릭과 같은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지 한 행이 추가되었겠지.
결국 연애란 타이밍?
결국 연애의 시작은 타이밍이 아닐까.
책을 다 읽고나서, 에릭은 엘리스를 사랑한 것이 아니고, 단지 파티에서 낭만적 타이밍을 잘 잡았던 인물로 보인다.
마지막에 엘리스를 잡는 행위는, 단지 자신이 혼자가 되는 두려움 때문 아닐까.
만약 파티에서 에릭이 아닌 필립을 만났더라면, 좀 더 행복한 연애사를 장식할 수 있었을텐데
상대를 서로 주인공을 만들어주는 것?
책을 읽고,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을 만나서 사랑하고 싶은가에 대해 다시 고찰해보았다.
나는 언제나 서로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엘리스의 강인한 모습을 보일 때에만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에릭이 아닌
사소한 대화를 할 때에도 한 대사 하나하나 주인공을 바라보는 듯한 필립.
그것이 바로 티키타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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