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에 8분독서에서 선정된 『연금술사』.
얼마 전 읽었던 『어린 왕자』와 마찬가지로, 오래전의 추억이 가득한 책이었다. 역시나 『어린 왕자』처럼 구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뭉클했던 느낌만은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중간중간 있던 삽화들도 기억 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의 뭉클함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집에서 책을 찾아보았지만, 아쉽게도 『어린 왕자』와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 첫 장을 펼치게 되었다.
이야기는 양치기 산티아고가 갑작스레 모험을 떠나게 되는 여정을 그린다. 여러 마리의 양을 몰고 다니던 산티아고는, 우연히 만난 노파와 살렘의 왕으로부터 ‘보물’ 이야기를 듣고는 모든 것을 버린 채 길을 나선다.
이집트로 향하는 여정에서 그는 사기꾼에게 전 재산을 잃기도 하고, 크리스털 상점에서 일하며 다시 일어서기도 하고, 연금술을 좇는 영국인을 만나기도 하고, 오아시스에서 파티마를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마침내 사막의 진짜 연금술사와 마주하기도 한다. 그 길 위에서 산티아고는 보물로 이끄는 다양한 '표지’를 마주하게 된다.
한편, 산티아고는 여정을 거치며 보물이 아닌 깨달음을 얻는다. 책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 ‘자아의 신화’. 결국 이 모험은 산티아고가 자신의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한 여정이었다.
'보물’을 좇아 삶을 통째로 바꾼 산티아고는, 길을 걸으며 그 목표의 의미를 조금씩 바꾸어 나간다. 그렇지만 마지막에 알게 된 보물의 위치는, 놀랍게도 그가 처음 출발했던 바로 그 자리였다.
물리적으로는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산티아고는 여정을 통해 이미 성장해 있었다. 멀리 떠나서야 비로소, 출발점에 있던 것의 가치를 알아보는 눈을 얻은 셈이다.
그렇다면 『연금술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아의 신화’, ‘표지’, ‘만물의 언어’, ‘초심자의 행운’, 그리고 ‘마크툽(이미 기록되어 있다)’. 이런 키워드들이 이야기 내내 반복해서 등장한다. 나는 이 키워드들과 산티아고의 여정이 말하는 바가, 내 신조와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산티아고가 양치기의 삶에 만족하여, 노파와 왕의 이야기를 한 귀로 흘려들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크리스털 상점 주인처럼, 꿈을 그저 꿈으로만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으로 남았을 것이다. (상점 주인은 메카 순례를 평생의 꿈으로 품고 있으면서도, 그 꿈이 이루어지고 나면 살아갈 이유가 사라질까 두려워 끝내 떠나지 않는 인물이다.)
우리에게도 저마다의 꿈과 계획이 있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정말 많은 에너지가 들고, 실제 실행까지 이르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 나는 주위에서 실행력이 좋다는 말을 제법 들어왔다. 그 핵심에는 늘 되뇌는 문장이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고민하는 시간은 실행만 늦출 뿐, 그렇게 시간은 낭비되는 법이다. 고민이 될 때는 일단 하고 후회한다. 이것이 나의 정신적 모토인 것 같다.
산티아고가 가만히 있었더라면, 파티마를 만날 수 있었을까? 사기꾼에게 모든 것을 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더라면, 크리스털 상점 주인을 만날 수 있었을까?
결국 무언가를 하다 보면, 그때그때 다양한 선택지의 길이 눈앞에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초심자의 행운’, 혹은 산티아고가 들었던 저 유명한 문장이 아닐까.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내 인생을 돌아보면, 시험이나 인간관계, 운동처럼 어려웠던 일들이 참 많았다. 그 많은 일들은 연습할 때면 ‘과연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했다. 어떨 때에는 시작 직전까지도 나를 포기하게끔 만들곤 했다. 그래서 본 게임에 들어갈 때면, ‘운칠기삼’, '그래,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일단 부딪혀보자’며 스스로를 다독인 적도 많았다.
그러나 마치 온 우주가 도와주기라도 한 듯, 정작 본 게임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둔 적도 많았다. 그래서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도, 당장은 어려워 보이는 일이라도 쉬운 것부터 일단 부딪혀보라고 조언하곤 한다.
어쨌거나 어린 시절 동화처럼 읽었던 『연금술사』로부터, 내 삶의 모토를 다시 돌아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어릴 때 읽었던 판본에는 분명 중간중간 삽화가 있었는데, 이번 판본에는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삽화가 없었다.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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