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이번 책은 환범상이 추천하기도 했고, 베스트 셀러이기도 했으며,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은근한 기대를 안고 읽기 시작했다. 작품의 소재는 독특했다.
주인공은 괴테를 연구하는 학자 도이치로, 어느 날 티백에 적힌 한 문장을 보고 그것이 괴테의 말인지 추적하기 시작한다.
문장은 분명 괴테가 했을 법한 말처럼 느껴지지만, 정확한 출처는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그는 이를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라는 독일의 농담으로 합리화하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학자로서의 양심과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사소한 문장 하나로부터 고뇌의 과정이 참신하게 느껴졌다.
다만 중반부 이후부터 등장하는 괴테와 관련된 철학자들의 사상 인용이 많이 등장하는데, 쉽지 않았고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고 재미없었다.
(재작년 독일 여행 중 괴테 생가를 방문한 적은 있지만, 그의 사상이나 작품은 전혀 모르기에. 이 책을 계기로 괴테의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인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의 의미는 책을 덮은 뒤에도 계속 곱씹게 되었다.
여기서 '괴테’는 위대한 지성이나 영향력 있는 권위의 상징처럼 보인다. 그리고 '모든 것을 말했다’라는 표현은, 권위 있는 인물이 말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태도를 드러내는 것 같다.
도이치의 동료 시카리는 명언이라고 믿는 말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애초에 해당 인물이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결국 마지막에는 주인공 스스로 자신의 논문이 날조였음을 밝히게 되는데, 이는 권위에 기대어 의미를 만들어내려 했던 태도에 대한 일종의 고백? 혹은 학계에 대한 비판?처럼 느껴졌다.
여기서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명언의 대부분은 정말로 권위에 기대어 만들어진 문장들인 것은 아닐까?
우리는 왜 어떤 문장을 ‘명언’이라고 느끼는 것일까? 권위가 사라지면 문장 자체의 의미도 함께 사라지는 것일까?
가령
김도한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했을 때와,
일론머스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말을 했다고 알려졌을 때,
이 문장은 과연 같은 힘을 가질 수 있을까?
아마도 내가 한 말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특별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장이 유명 인물이 말했다는 소문과 함께 퍼진다면, 갑자기 의미와 가치가 부여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믿고 있는 '유명한 사람이 말했다’는 사실 자체의 진실은 무엇일까?
이 책은 어쩌면 특정 인물의 말이라는 이유만으로 생각을 멈추는 태도,
다시 말해 권위에 기대어 의미를 소비하는 우리의 습관을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명언의 배경보다는 그 의미 자체가 중요하다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솔직히 소재는 독특했으나 책이 조금 어려웠는데, 책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이유 또한, 그러한 질문을 독자 스스로 던지게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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