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2024년 2월 26일 · 조회 7

고래

천명관

간만에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처음에 만났을 때에는 엄청난 두께에 내가 과연 이 책을 완주할 수 있을 것인가?란 생각이 들었지만

천명관의 입담과 재치에 시간 순삭을 경험하였다. 우선 기존에 알고 있던 소설의 문체와는 다른 판소리꾼의 이야기를 듣는 듯 하였고

투머치 같지만 적절한 묘사들이 (예를 들어 칼자국을 언급할 때마다 반복되는 희대의 사기꾼이자 악명 높은 밀수꾼에 그 도시에서 상대가 없는 칼잡이인 동시에 호가 난 난봉꾼이며 모든 부둣가 창녀들의 기둥서방에 염량 빠른 거간꾼) 흡입력을 더했던 것 같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어서일까, 어떻게 천명관은 이렇게 독특한 표현력을 가진 소설을 쓰게 되었고, 쓸 수 있었을까?

이러한 흡입력이 있었지만, 사실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하는 것이 한 문장으로 잘 정리가 되지는 않는다.

금복, 노파, 춘희, 칼자국 등 여러 등장인물을 통하여 운명은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금복의 기구한 삶은 엄청난 수완으로 매번 극복을 하는가 싶더니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고

잘못없는 춘희에게 그 운명이 이어진 것일까

책 뒤에 첨부된 해설을 통하여 노파나 금복의 자기본위적인 성향으로 인해 기구한 삶이 펼쳐지게 된다는데,

우리 모두가 자기본위적이지 않은가? 나의 짧은 식견으로는 잘 모르겠다.

한편, 소설을 읽어가며 등장인물들로부터 모두 죽음의 냄새가 느껴졌다.

첫 등장부터 곧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유한한 인간의 삶에서 기구하거나 말거나는 의미가 없다는 허무주의를 말을 한것일까.

죽음으로부터 발버둥을 치기 위한 인간의 의지를 제목 고래로써 표현한 것은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소설로부터 의미를 찾지못해도 재미있게 읽어낸 것으로도 충분하지는 않을까 싶다.

불발되었지만 부커상 후보까지 올랐던 소설 고래로부터 관통하는 큰 뜻은 캐치하지 못했지만,

소설의 분위기나 하나의 이야기를 즐긴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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