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소고 - 편도 수술 후기

지난주가 복날이었습니다. 이번 여름은 정말 더워서 통구이가 될 것 같네요. 가만히 있어도 무기력하고, 에어컨 밑에만 있자니 냉방병에 걸리고. 여름은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여름을 싫어하는 이유가 두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더위입니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재택이 가능한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것이 정말 큰 복인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더워도 잘 먹고 다녀야겠지요. 나이를 먹어갈수록 정말 중요한 것이 먹심입니다.
그러다 보니 건강에 관심이 가는 것도 어쩔 수가 없네요. 건강이라는 키워드로 지난날을 돌아보니, 2026년에는 수년간 고민해 오던 편도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큰 결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발단
제 편도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순간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바야흐로 2013년, 석사 시절입니다.
대학원 시절 랩실 박사 선배들과 교수님께 엄청 깨지고 나서 감기에 걸렸는데, 그 이후로 이게 만성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때부터는 조금만 피곤해도 편도 쪽에 구내염이 생겨서, 1년 365일 중 30%는 몸살 기운을 달고 살았습니다. 삶의 질이 수직 낙하했죠.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점점 논알콜을 찾게 된 것도, 평소 간이 안 좋은 탓도 있지만 사실은 이 편도가 술만 마시면 붓기 시작해서였습니다. (오히려 좋아?)
추운 날 운동을 하면 어김없이 편도부터 부어올랐고요.
그렇게 그 이후로 이비인후과를 제집처럼 드나들기 시작했습니다. 알보칠부터 페리덱스까지 섭렵했고, 결국 아프타치가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만 깊숙한 구내염은 붙일 수가 없어서 슬펐습니다.)
늘 항생제에, 심하면 스테로이드제까지 먹다 보니 안 그래도 안 좋은 간에 자꾸 타격을 주게 되었죠.
잠깐 수술도 고민해봤지만, 이비인후과에서 "생각보다 통증이 심한 수술이고, 편도 주위가 붓는 경우에는 수술로 문제가 해결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습니다.
수술 결심
그렇게 사회인이 되어서도 늘 남들보다 낮은 삶의 질로 빌빌거리던 어느 날.
인스타에 지인 한 분의 수술 후기가 올라옵니다.
‘지구를 삼키는 고통’
조심스럽게 지인에게 연락을 해봅니다.

‘쉽지 않다.’ 과연 얼마나 쉽지 않은 걸까요? 때마침 이 시기에 또 편도가 얼얼했습니다. 이때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외여행을 갈 때에도 늘 항생제와 아프타치 면봉을 챙기던 나. 편도가 간질간질하면 맥주 한잔도 주저하던 나. 2026년에는 삶에 다양한 변화를 주기로 한 김에, 이참에 상남자답게 지인에게서 병원 정보를 얻습니다.
그리고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됩니다. 남자는 곧 실행력이라는 생각에, 수술 일정까지 다 잡고 나왔습니다. 이때쯤 지인의 중간 후기가 궁금했습니다.

벌써부터 겁이 나기 시작합니다. 집에 돌아와 클로드에게 통증의 정도를 물어보았죠.

‘지금이라도 취소할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래도 남은 인생은 편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수술 전날까지 취소를 100번이나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대망의 수술날이 다가옵니다.
대망의 수술 날

수술 직전의 모습입니다. 전신마취는 처음이라 (위내시경 수면마취와는 다른 거라고 하더라고요?) 벌벌 떨렸습니다. 차가운 수술대에 올라가고 나서 의사 선생님이 10까지 세보라고 하셨는데, 3까지밖에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그리고 꿈을 꾸었습니다. 저는 스파이더맨이었고, 뉴욕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간호사 선생님이 다급하게 깨우며, 다시 잠들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때 제 몸에는 무통주사가 연결되어 있었는데, 말로만 듣던 펜타닐이었습니다. 수술 직후 첫날은 이 주사 덕분인지 하나도 안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풀세팅을 하고,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통증은 천천히 엄습하기 시작합니다.
어마무시한 통증

이것이 그 유명한 편도 제거 수술의 ‘통증의 정도’ 그래프입니다. 특이한 점은 수술 직후가 아니라 중반부에 극심한 통증이 찾아온다는 것, 그리고 '약속의 15일차’가 되면 하나도 안 아프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저 그래프와 정말 100% 일치하는 통증을 겪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큰 고통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 체중이 8kg이나 빠졌고, 잘 때도 정자세로 누울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2주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호기롭게 회사에는 휴가 3일 정도 내겠다고 했지만, 결국 병가를 10일 내게 됩니다. '약속의 15일’이 지나고 일반식을 다시 먹게 되었을 때는, 평소 잘 먹지 않던 반찬까지 맛있게 먹으며 잠시나마 편식이 사라지는 마법도 있었습니다.
수술 그 후
어쨌거나 편도 수술을 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난 지금은 삶의 질이 수직 상승했습니다.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 아프타치와 면봉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 차가운 음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예전에는 편도 때문에 뜨아만 마셨거든요.)
그런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무작정 들이켜다가 최근 식중독에 걸렸습니다. 편도는 이겼는데, 이번엔 장에게 졌습니다.
긴 ‘똥글’ 읽어주신 여러분들도 건강 잘 챙기시고, 무더운 여름 잘 버티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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